독점 깨지니 자궁암 백신값 30% 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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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김혜숙씨(47)는 최근 만 20세 생일을 맞이한 외동딸의 손을 붙잡고 동네 산부인과를 찾았다. 성인이 된 기념으로 한국MSD의 자궁경부암 백신인 '가다실'을 맞히기 위해서였다. 가다실은 6개월에 걸쳐 세 차례 주사를 맞으면 최소 5년간 자궁경부암을 예방해 주는 세계 최초의 암 백신.고교 동창생이 올초 딸에게 가다실을 '선물'했다는 소식에 몇 달간 외식비를 아껴가며 접종비용(1회 25만원씩,총 75만원)을 마련했다.

하지만 병원에 들어선 김씨는 동창생이 전해준 가격 정보가 지난 한 달 사이 완전히 뒤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GSK코리아가 지난달 자체 개발한 자궁경부암 백신인 '서바릭스'를 내놓으면서 두 의약품 사이에 가격 경쟁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GSK코리아는 가다실이 독점해왔던 자궁경부암 백신 시장을 뚫기 위해 서바릭스의 병원 공급가를 가다실(11만5000원ㆍ1회 접종분량 기준)보다 35%가량 낮은 7만5000원으로 책정했다. 이에 따라 일선 산부인과에서 받는 서바릭스의 1회 접종료는 가다실(25만원 안팎)보다 10만원가량 낮은 15만원 수준에 형성됐다.

낮은 가격을 앞세운 강력한 경쟁자의 출현에 한국MSD도 '가격 인하'란 맞불을 놓지 않을 수 없었다. 가다실의 병원 공급가를 최근 8만5000원으로 30%가량 떨어뜨린 것.가다실의 병원 접종료 역시 25만원에서 18만원 안팎으로 하락했다.

제약업체가 약값을 자발적으로 내리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한국MSD 관계자는 "가다실의 가격이 다소 높은 것은 서바릭스보다 예방범위가 넓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서바릭스가 발매되면서 소비자 입장에선 선택권이 생겼을 뿐 아니라 가격인하 효과도 나타났다"며 "교과서에서 나오는 경쟁의 효과를 톡톡히 누리게 됐다"고 말했다.

식욕억제제 시장도 라이벌 제품이 선보인 덕분에 의약품 가격이 떨어진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6월까지만 해도 포만감을 유도해 식욕을 억제하는 시부트라민 성분의 식욕억제제를 구입하려는 소비자는 한 달에 10만~11만원가량을 주고 한국애보트의 '리덕틸'을 구입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해 7월 한미약품이 리덕틸의 개량신약인 '슬리머'를 5만원대(30일 분량 기준)에 선보이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한국애보트가 시장 수성을 위해 리덕틸 가격을 40%가량 낮춘 것.현재 리덕틸의 약국 판매가는 6만~6만5000원으로 슬리머보다 소폭 비싼 수준이다.

물론 치열한 가격경쟁의 수혜자는 소비자이지만 그렇다고 제약사에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한국애보트 관계자는 "가격을 대폭 떨어트린 탓에 매출은 작년 상반기보다 20%가량 줄었지만 처방량 기준으로는 오히려 35.5%가량 늘었다"며 "가격 인하를 통해 더 많은 소비자를 확보하게 된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회사에 이익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