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세의 직장인 박모씨. 전날 충분히 쉬어도 요즘 출근만 하면 극심한 피로감에 시달려 업무에 집중도 안되고 또 점심만 먹고 나면 병든 닭처럼 꾸벅꾸벅 고개가 아래로 떨어지는 일이 예사다. 입맛도 없고 몸이 나른해서 퇴근때가 되면 녹초가 되어서 집에 가서 또 쓰러져 자는 게 일이다. 봄이 되서 그러느니 하고 지내기를 몇 주가 지났지만 증상이 호전되지 않자, 결국엔 병원을 찾은 그는 간염이라는 진단을 받고 현재 치료중이다.

요즘 점심만 먹고 나면 병든 닭처럼 고개가 아래로 떨어지고 꾸벅꾸벅 졸다가 버스 정류장을 놓친 경우가 많다고? 입맛도 없고 충분히 쉬었다고 생각해도 피로감이 없어지지 않는다고? 단지 “봄이라서 그런가봐” 하고 쉽게 넘겨 짚을 일이 아닐 수 있다. 이는 당신의 몸에서 이상이 생겼다고 깜박깜박 경고등을 켜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기 때문. 이같이 만성피로 혹은 만성피로증후군은 춘곤증과는 반드시 구분되어야 할 질병이다.

요즘과 같이 봄기운이 감도는 날씨에는 기온이 올라가고 낮이 길어지자 활동의 양이 늘어나면서 피로를 호소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추운 날씨에 적응하느라 움츠러들었던 몸이 봄이 되면서 왕성한 활동을 하면서 피로감과 졸음, 식욕부진과 소화불량, 현기증 등의 증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드물게는 불면증과 손발저림, 두통, 눈의 피로 등 무기력의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있고 기운이 없거나 가슴이 뛰고 얼굴이 달아오르는 갱년기 증세와 비슷한 신체적 변화를 겪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이런 피로감이 단순히 춘곤증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몸의 이상으로 인해 나타나는 증세를 ‘봄이니까 나른하려니’ 하며 자가진단하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피로가 심해지면서 다른 증상이 동반되어 나타난다면 간염이나 결핵, 스트레스 등 증상이 비슷한 질환을 의심해봐야 한다. 피로를 동반하는 가장 흔한 질환으로는 빈혈, 만성간질환(만성간염, 간경화 등), 결핵, 당뇨병, 갑상선질환, 신부전증, 심부전증, 각종 암 등이 있다. 따라서 단순히 춘곤증이 아니라 이런 질환에 의해 나타나는 피로는 피로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는 해당 질환을 치료하지 않으면 점점 더 심해진다.

또 몸에 이상이 있을 경우에는 피로 외에 다른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도 흔하다. 예를 들면 빈혈의 경우 숨이 차거나 어지러움증이 있고 간장질환에서는 소화불량이나 황달, 복수 등이 동반되며, 당뇨병에서는 물을 많이 마시고 소변도 자주 보고 체중이 감소하는 증상을 보인다.

또한 갑상선 기능항진증에서는 식욕은 증가하되 체중이 줄며, 갑상선기능저하증은 피부가 거칠어지고 추위를 잘 타며 변비, 체중증가 등의 증상을 동반하게 된다.

심부전증에서는 운동시 호흡곤란, 흉부압박감이나 흉통, 부종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신부전증도 부종을 동반하게 된다.

만성피로를 유발하는 원인으로 또한 정신질환도 들 수 있다. 피로를 유발하는 정신질환으로는 우울증과 불안증이 가장 흔하다. 우울증 환자는 기분이 우울하며 매사에 의욕이 없고 무기력하며 정신활동이 느려진다. 그 결과 불면증이나 두통, 식욕의 부진이나 증가, 소화불량, 변비, 성욕감퇴 등의 신체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흔하며 불안증 환자는 일상사에 대해서도 정도가 지나친 불안감과 비현실적인 걱정에 빠져 있다. 이때 근육이 긴장되고 심장 박동이 항진되면서 두통, 불면증, 흉부압박감, 안절부절감 등과 함께 신체적 피로감을 호소한다. 정신질환에 의한 피로는 검사결과 상으로는 특별한 이상소견이 없으면서도 매우 오랜 동안 지속되고, 감정이나 심리상태에 따라 피로의 정도에 기복이 있는 게 특징이다.

그러나 만성피로의 가장 흔한 원인은 사회적ㆍ심리적 스트레스인 경우가 많다. 불규칙한 식사시간이나 잦은 인스턴트 식품 복용, 업무량이 지나치게 많거나 생활이 불규칙하며, 흡연, 운동부족 등으로 만성적인 피로에 시달리게 된다. 또한 경쟁의식, 집착, 완벽주의성격 등 심리적인 것도 피로감에 영향을 준다.

따라서 보통 1개월 이상 지났는데도 춘곤증의 증상이 없어지지 않는다거나 충분히 쉬어주었는데도 피로가 계속되고 피로한 증상 외에도 식욕부진 체중감소 등의 다른 증상을 지속적으로 동반한다면 반드시 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춘곤증은 겨우내 위축되어 있던 근육이 풀어지며 생기는 피로감이므로 한 달 이상 지속되지 않는 것이 정상이다. 따라서 만성 피로의 원인은 위와 같이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으므로 그에 따른 적절한 방사선 검사나 초음파 검사, 혈액검사, 소변검사 등의 포괄적인 진단이 이루어져야 한다.

반면 만성피로와 구분되어지는 만성피로증후군이 있다. 일반적으로 피로감을 느끼면 혹시 만성피로증후군이 아닐까‘ 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만성피로증후군은 단순히 피로하다고만 진단되는 질환이 아니다. 만성피로증후군은 일상생활을 못할 정도의 피로를 동반한 심각한 질환을 말한다. 그리고 그 피로의 특징은 단순한 스트레스성 피로와 달리 휴식을 취해도 회복되지 않고 쉬면 더욱더 피로해지는 경향을 보이는 게 특징이다. 극심한 피로로 인해 일상생활의 절반 이상을 제대로 할 수가 없는 것이 6개월 이상 지속되면서 미열, 인후통, 임파선종창, 근육통, 두통, 기억력 및 집중력 감퇴 등이 동반되는 심각한 질환이다. 만성피로증후군은 아직 정확한 원인과 치료 방법도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신경내분비계의 이상, 바이러스 감염, 환경오염으로 인한 독성물질들, 그리고 유전적인 것을 잠재적인 원인으로 보고 있다. 만성피로증후군은 약물요법을 비롯한 다양한 처방이 쓰이지만 예후도 좋지 않고 완치까지 길게는 10년 이상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평소 몸에서 휴식을 요구하는 경고등인 ‘피로감’을 느껴질때는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증상에 따라 병원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

출처-분당 서울대학병원